15년 만에 극장판으로 돌아온 일명 ‘서유쌍기’ <서유기1 월광보합>(이하 <월광보합>)과 <서유기2 선리기연>(이하 <선리기연>)은 주성치에 대한 ‘불호’를 완전히 뒤엎는 작품이 될지도 모른다. 중국의 3대 기서인 <서유기>를 전복적으로 재해석한 ‘서유쌍기’는 독창적인 재미와 깊이를 동시에 살렸다.
악행을 저질러 인간 세상으로 떨어진 손오공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월광보합), 헛된 욕심으로 가득한 인간사를 통찰해 가는 과정(선리기연)은 불교 사상이 절묘하게 녹아든 인생에 대한 달관과도 같다. 여기에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주성치 특유의 슬랩스틱 코미디와 말장난들은 진지한 극의 테마를 떡 주무르듯 해체해 버린다. 마치 진지한 대사를 내뱉는 스스로를 조롱하듯 말이다.
<월광보합>이 주성치만이 할 수 있는 코미디와 어처구니없는 액션으로 배를 잡게 만든다면, <선리기연>은 주성치는 절대로 못할 줄 알았던 애절한 로맨스로 채워져 있다. 이 두 편은 일종의 타임머신인 ‘월광보합’을 통해 시공을 절묘하게 넘나들고 있는데, 일견 장난스러워 보이는 이 시리즈가 사실 치밀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